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는 바다와 우리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고,
해안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바다와 해양 환경에
관여하기 위한 대안적인 틀과 비전을 모색합니다.
바다는 우리의 삶과 자본주의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생존에 필수적인
원천일 뿐만 아니라 식량, 의약품, 에너지, 광물, 무역, 여행 등을 위해 이용하는
거대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크루즈 관광, 해운, 남획부터 핵실험, 오염,
심해 채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바다에 해를 끼쳐 해양
생태계와 서식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는 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를 상품 이동에 쓰이는
분절되고 추상적인 표면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이 수역의 일부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바다 및 해양 생태와 맺는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고, 저항과 복원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협력과 공동의 비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수퍼플렉스는 1993년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로젠그렌 닐슨이 설립했다. 확장된 콜렉티브를 의도하는 수퍼플렉스는 정원사부터 엔지니어, 관객에 이르기까지 지속하여 다양한 협력자들과 협업해 왔다. 사회 경제적 조직을 만들기 위한 대안 모델에 참여하면서 에너지 시스템, 음료, 조각, 복제, 최면 세션, 사회 기반 시설, 회화, 식물 종묘장, 협약, 공공장소 등의 형태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수퍼플렉스는 동식물의 관점을 포함하는 새로운 종류의 도시주의를 발전시켰으며, 인간과 자연의 간극을 줄여 종간 화합이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수퍼플렉스에게 최고의 아이디어는 물고기로부터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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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립소36°21은 2018년 라바트에서 조에 르 브와이예, 쥐스틴 다캉, 마농 바셰리에, 사나 자구드가 설립한 여성 주도의 프랑스계 모로코 예술가 집단이다. 이 콜렉티브의 이름은 지중해에서 가장 깊은 지점이자 그리스 해구에 자리한 ‘칼립소 딥’의 좌표 36°34′N 21°8′E에서 따온 것이다. 현재 사나 자구드와 쥐스틴 다캉이 이끄는 이 콜렉티브는 참여적, 실험적, 학제적이자 큐레토리얼 맥락의 접근 방식을 발전시켜왔다. 칼립소36°21가 상상하고 창작한 순회 연구 프로그램 <아웃.오브.더.블루.>는 지중해 연안 지역의 바다와 육지에 관한 이해를 돕는 지식 생산 과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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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필은 블루를 주된 조형 요소로 하여 일상적 소재를 비일상적, 초현실적 공간으로 전환한다. 작가의 블루는 단지 물질적 재료로서의 색만이 아니라, 모든 소재를 ‘청색화’하여 환영 공간이자 하나의 의미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작가의 설치 작업은 현장성에 대한 근원적 실험이자 도전이다. 이런 공간은 관람자뿐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낯선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최근에는 시간을 따라 변해가는 식물의 형태에 관심 두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작업 중이다. 또한 올해는 한강 프로젝트와 내년에는 이치하라 호반 미술관 전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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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콤프는 2017년 아테네에서 가상의 회사 프로필로써 처음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그리스 티노스 섬에 기반을 둔 다분야적이고 사변적인 디자인 아티스트 그룹이다. 하이퍼콤프의 연구 주제는 주로 자연과 문화, 가축화와 생태계 네트워크, 전통과 기술, 그리고 작은 섬 지역 사회가 직면한 문제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학제 간 협업과 지역사회가 생산에 참여하는 방식을 장려하며, 여기에는 종종 다양한 생물이 포함된다. 이러한 과정은 공간 활성화, 멀티미디어 작품, 지속 가능한 디자인 프로토타입 및 오브제로 나타나며, 유기체와 무기체 주역들이 모두 등장하는 역동적인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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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C는 '식물', '지역', '예술'을 주요 키워드 삼아 작업한다. 박미라(숲 큐레이터)와 창파(아트 디렉터)가 협업하는 실험실 C는 부산의 산과 바다를 한 조각씩 오랜 시간 공들여 바라보고 장소에서의 경험을 연구한다. 그들은 경험을 기획하여 《소요의 시간》, 《부유의 시간》, 《1제곱미터의 우주》 등 큐레토리얼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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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에서 발견된 많은 양의 플라스틱에 새롭고 가치 있는 생명을 줄 수 있을까?
출품작 〈파도의 흔적〉은 아리 바유아지 작가의 〈바다를 엮다〉연작을 구성하는 새로운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섬유 미술 작품으로 탈바꿈시켜 왔다.
이번 작품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해안과 여러 해변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밧줄을 해체하여 만든 수천 가닥의 플라스틱 실과 부산 해안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이용하여 제작한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일광해수욕장 옆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배치된다.
어망으로 사용하였던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밧줄이 종종 전 세계에 걸쳐 대량으로 해안선에 떠밀려 와 산호에 엉켜 있거나 바닷가 식물에 둘둘 말려있는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 밧줄 외에도, 우리는 매년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렇게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1,400만 톤의 플라스틱은 바다를 통해 이동한다. 결국 대부분은 우리의 해안선을 따라 흘러들어와 해수면에서 심해 퇴적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양 쓰레기의 80%를 차지하게 된다.
〈파도의 흔적〉을 통해 작가는 심각한 해양 오염과 같은 시급한 환경 및 사회 문제를 짚어보고, 해양 생태계 파괴, 해안선의 자연미 상실 등 그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려 한다. 지역사회, 장인과 협업하는 바유아지 작가는 해변에서 플라스틱 밧줄과 다양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하나하나 수집하고 세척 및 분리 후 얇은 플라스틱 실과 같은 사용 가능한 재료로 탈바꿈시켜 섬유로 직조하거나 <파도의 흔적>과 같은 작가의 설치 작품에 활용한다.
이러한 긴 과정은 협력, 돌봄, 다독임의 노력으로 오염되고 보잘것없는 사물에 새 생명을 부여하여 귀중한 예술적 재료로 탈바꿈시킨다. 환경에 대한 처참하고 부정적인 영향이 공동체의 협업과 노력의 결과로 장인정신을 기리는 ‘긍정적인’ 결과가 된다. 동시에 바유아지는 그의 인도네시아 문화와 직물 전통뿐만 아니라 발리 문화의 중심인 바다의 중요성, 철학, 영성과 의식의 역할에 경의를 표한다.
작품 사이를 걸으며 만나는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실은 해파리, 산호초와 같은 바다 생물의 모습과 바닷속에서 흔들리는 해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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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불확실성의 기원이자 항해의 시작, 항복과 지배의 꿈이 만나는 세계의 서막이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이론가, 작가인 미셀 세르에 따르면 바다는 소음의 근원이다.
출품작 〈오션 브리핑〉은 우주 일기예보이자, 지리·전략적 보고, 낭만적인 소설로 전시 기간 진행되는 일일 방송 시리즈다. 해운 운송의 붕괴, 지정학적 무질서함, 기상학적 불안, 음흉한 음모설을 하루마다 이야기하는 자막 방송은 불안정한 세상에서 영감을 얻는다. 〈오션 브리핑〉은 소음의 바다에서 시그널을 찾아 일광 바다를 연출하는 자막을 해변에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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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잔잔한 미소로, 때로는 화난 듯 폭풍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오늘날 인간은 바다가 인간에게 주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 온 반면, 바다를 후세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출품작 〈심해의 명상〉은 아직 회복될 수 있는 무한한 삶의 터전으로 바다와 해양 생태계, 사람과의 공생관계를 이야기한다. 바다에서 심해는 깊은 내면을 지닌다. 주위는 조용하고 천천히 움직이며, 바쁜 세상의 변화와 풍파에 휘둘리지 않는다. 작품은 오늘날 도시 삶의 번잡하고 바쁜 세파에서 벗어나 조용함과 깊은 사색을 누릴 수 있는 심해의 길을 따라 걷는 듯한 경험을 전한다. 또한 과거 바다와의 관계를 다시 되돌아보는, 심해와의 우리 관계가 착취의 일부분이 되지 않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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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전국 농가를 허물기 전까지 기와집과 초가집의 벽체와 천장 모두 볏짚과 갈대를 섞은 흙으로 지어졌고, 사람들은 오늘날 창문과 같은 얇은 창호지 사이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느 나라나, 도시, 마을에서든 전통 가옥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짓는다. 그렇기에 한국 가옥의 재료는 흙, 나무, 돌, 볏짚이었다.
작가는 전통 한옥과 초가집에 관심을 가지고 빠르게 사라지는 흙집과 관련된 기록과 자료를 연구해 왔으며, 해초를 건축 자재로 만든 집이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0년대 한국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간 수많은 난민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빠르게 임시 거처를 지어야 했다. 그랬기에 전쟁 중에 전통 흙집에 쓰였던 볏짚 대신, 바닷가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해초를 흙에 섞어 집을 지었다.
작가는 피난민들의 건축 기술과 특히 해초를 건축 자재로 사용하였던 구축 방법을 이해하고, 작업에 적용하기 위해 부산 영도를 포함한 바닷가 피난처 마을에서 발견된 해초 흙집을 연구하였다. 작가는 이제는 자취를 감췄지만 기발하고 창의적이었던, 소박한 혁신이었던 흙과 해초로 집 짓는 방법을 이번 바다미술제 출품작 〈바다로부터〉로 되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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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는 소설가 오영수의 저작 〈갯마을〉에서 유래된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갯마을〉은 소설을 바탕으로 1965년 일광에서 촬영되었다.
이야기에서 ‘해순’이라는 젊은 여인은 결혼한 지 열흘 만에 어부였던 남편을 폭풍우로 잃는다. 하지만 마을에는 가정을 책임지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배를 타고 나섰다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어부가 많았기에 흔히 과부가 여럿 살았다. 남편이 죽고 난 후 상수라는 젊은 청년이 해순의 연인이 되었지만, 시어머니와 아주버니가 이 둘을 목격하였고 마을에 소문이 퍼져 가족이 망신당하기 전에 마을을 떠나라 등을 떠민다. 해순은 상수와 갯마을을 떠나 채석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연인마저 사고로 잃게 된다. 결국 갯마을로 돌아온 해순을 마을 과부들이 반겨준다. 소설은 당시 여인들의 수동적인 모습을 반영하며 운명론적 관점으로 이들의 비극적 삶을 그려낸다.
이 오랜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작가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고향, 현실인 일광에서의 기억을 포착하기 위해 일광에서 살고 있는 일광 여인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수집하였다. 작가는 해안과 바다가 남성 위주의 공간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고착화되어 온 성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역사를 관통하여 바다의 역사와 이에 의지한 생계에 중요하고 고유한 역할을 여성이 해왔음을 함께 이야기한다.
광활한 바다를 떠다니는 병 속의 메시지처럼 설치작품의 유리병에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병들은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방을 상징하는, 각자의 몸이 감각하고 표류하는 해변에 닿는다. 병 속의 편지가 끝내 해변에 도착하는 것처럼, 모래로 덮인 이곳은 해순이 살았던, 작가가 사는, 또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갈 공간을 표상한다.
더보기 포레스트 커리큘럼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삼림지대 조미아의 자연문화를 통한 인류세 비평을 주로 연구합니다. 작품 유랑하는 베스티아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이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된 계급적이고 세습적인 폭력과 그에 따른 잔재들에 어떻게 대항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거대한 깃발들은 위태롭고도 불안하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깃발에는 벤조인이나 아편부터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비인간 존재들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각 깃발들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대표자로서 모두가 한데 결합되어 아상블라주 그 자체를 표상합니다. 또한 깃발들과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품은 방콕과 파주에서 채집된 고음역대의 풀벌레 소리, 인도네시아의 경주용 비둘기들의 소리, 지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패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위의 소리들을 찾아가는데 사용된 질문들과 조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