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는 바다와 우리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고,
해안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바다와 해양 환경에
관여하기 위한 대안적인 틀과 비전을 모색합니다.
바다는 우리의 삶과 자본주의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생존에 필수적인
원천일 뿐만 아니라 식량, 의약품, 에너지, 광물, 무역, 여행 등을 위해 이용하는
거대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크루즈 관광, 해운, 남획부터 핵실험, 오염,
심해 채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바다에 해를 끼쳐 해양
생태계와 서식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는 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를 상품 이동에 쓰이는
분절되고 추상적인 표면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이 수역의 일부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바다 및 해양 생태와 맺는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고, 저항과 복원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협력과 공동의 비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엠마 크리츨리는 영화, 사진, 사운드, 설치, 무용 등 다양한 매체에서 물을 형식적인 재료 물성으로 사용한다. 그의 작품은 정치적, 철학적, 환경적 공간으로 수중 환경을 탐구하며, 2021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공식 이탈리아관을 비롯하여 국내외 갤러리와 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전시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사운딩>은 심해와 심해 생태계에 관한 관심을 고취하는 데 필요할 의미 있는 관계 맺기를 조성하기 위해 영화와 사운드, 무용으로 우리와 심해를 어떻게 연결할지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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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남은 부산을 기점으로 활동하며 국내 유수의 예술기관에서 8회의 개인전과 50여 회의 기획전에 참여해 왔다. 작가는 “평면에서 입체로” 회화의 단면적 경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묶을 수 있는 작품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2016년부터는 설치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연극 의상 및 공공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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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양자주는 공공장소를 심오하게 변주하는 개념에 흥미로운 팔레트의 혼합으로, 우리가 사는 공간과 우리 자신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인간의 본래 감각이 도시의 빠른 변화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고찰한다. 그 도시를 구성하는 물질에서부터 인간과 더불어 서식하는 자연으로 이르기까지 작가는 회화, 설치를 비롯해 라이브 페인팅, 공공 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적으로 넘나들며 작업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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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몽주는 바다에 떠다녔던 조각, 어망, 어구 등을 소재로 <스윙 파빌리온> 연작을 만든다. 그는 비일상적 규모로 높고 넓은 공간을 창조하여 극적인 공간감을 선사하며 누구나 공간을 유희하고 만끽할 수 있는 쉼터이자 놀이의 자리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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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무엇을 나타내는가?
밤은 명확하게 드러났던 사물이 어둠이라는 껍질에 덧씌워져 개인적 상상으로 연결되는 시간이다. 또한 낯선 경험을 선사하고, 이상하고도 환상적인 느낌과 함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출품작 <빛과 어둠 사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고, 모호하거나 묘한 지점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푸른색 레이스는 겹겹이 싸인 작업의 껍질이 되며 블루는 바다와 하늘 사이 장엄함과 어둠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러한 어둠은 빛이 상실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명확한 사물의 존재를 잠시 뒤로하고 어둠 속 풍경과 물체에 주목하여 나의 새로운 감각을 열어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다에서 배는 흔하고 익숙하며 명확하고 고유한 이름을 가진 사물이지만, 해안 지역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않을 만큼 흔한 사물이다. 작업이 이루어진 일광은 ‘햇살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빛과 어둠, 그 짧은 간극과 겹침의 시간에 푸른색 레이스로 감싸진 배는 어둠 속에서 명확한 존재와 의미를 잠시 내려 두고 또 다른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대상이 된다. 패턴이 있는 레이스로 배의 전체를 감싸는 것은 물체를 가리는 동시에 드러낸다. 마치 피부처럼 사물에 씌워진 레이스는 사물을 보이지 않게 하지만, 그 아래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을 오히려 드러내 보인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으로, 일상의 사물이 새로운 해석으로 열리게 되는 과정은 긴 여정, 혹은 찰나인가? 여정이라면, 그 시작일까, 끝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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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된 국제 수역과 관련된 규율은 누가 제정하고 통제하며, 그것이 선원과 노동조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2016년 레베카 모스는 밴쿠버 액세스 갤러리가 운영하는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바다에서의 23일’에 선정되었다. 작가는 제네바 한진 컨테이너선을 타고 이동하면서 태평양을 횡단해 23일 후에 상하이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레지던시가 시작되고 일주일 만에 파산을 선언한 한진해운이 부두 입항료를 낼 여력이 없게 되자, 선상의 승객과 화물은 바다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전 세계 항구들은 파산한 해운 회사가 항구 이용과 서비스 비용을 지급할 수 없게 될 것을 우려하여 선박이 정박하는 것을 막았다.
선상의 유일한 예술가였던 모스와 두 명의 승객, 선원들은 일본 연안에서 13km 떨어진 국제수역에 닻을 내리고 추가 지시가 나올 때까지 두 주 넘게 기다렸다.
전자 및 전기 기기 외 가전제품에서 과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 대부분을 포함한 전 세계 제품의 90% 이상을 수송하는 해상 운송은 여전히 국제 무역과 세계 경제의 중추이다. 〈국제 수역〉은 배가 정박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된 영상 작품으로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해운 산업계에서 흔했던 일을 폭로한다. 또한, 해운 선상 노동자들의 가혹하고 부당한 노동 환경을 상기시켜 준다. 제네바 한진뿐 아니라, 한진의 수백 척의 다른 선박들도 선원과 화물이 한동안 바다에 좌초된 채로 방치되었다.
작가는 작품으로 당시 인터뷰와 뉴스를 포함한 선상의 사람들과 닻에 매인 배의 관점에서 파산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글로벌 해운산업을 조명하며 혹독하고 부당한 선원 근로 환경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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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진 카이센, <바다의 이야기>, 2013,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분 15초.
작품 <바다의 이야기>에서 작가 제인 진 카이센은 어머니와 할머니가 해녀로 생계를 이어가던 제주도의 현무암 해안을 따라 걷고 있다. 그는 물질할 때 사용했던 버려진 물건들과 할아버지가 제주해녀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하며 쓴 <제주해녀항일투쟁실록>을 들고 있다. 책은 1995년 제1회 제주해녀항일투쟁기념식을 계기로 출간되었는데, 이 항일 투쟁은1931~1932년 제주 해녀들이 일본 식민 세력에 대항하는 행진을 시작하며 거세게 일어난 운동으로, 80여 년이 지난 지금 작가가 걷고 있는 바로 그 해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작가의 할아버지가 집필한 책의 첫 페이지에 수록된 악보 <해녀의 노래>가 불려진다. 그 노래는 항일운동의 지도자였던 강관순이 옥살이 중 개사한 가사를 일본 곡조에 얹어 만든 노래로 당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녀들에게 불려졌던 이 노래는 제주 해녀 문화의 성별 범위, 가혹하고 위험한 직업적 소명, 생존을 위해 바다에 의존하는 해녀의 삶을 증명한다.
책과 잠수 도구를 세심하게 다루는 일은 역사를 보존하고 시간의 격차를 해소하며 세대를 넘어 지식을 전달하려는 시도를 암시하지만, 영상은 작가가 바다에 도달하기 전에 끝난다. 불안정하고 어색한 동작으로 걷고 환경에 맞지 않는 옷과 장화를 신은 모습에서 노래 가사와는 대조적으로 불연속성과 균열이 느껴진다. 최근 수십 년 동안 현대화, 사회 변화, 산업적 양식, 해양 환경 파괴 등으로 해녀의 물질 문화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따라 바다와 물질에 대한 지식, 제주의 모계 중심적 우주관, 바다와 연결된 무속적 정신문화가 더 이상 어머니로부터 딸에게 원활하게 전승되지 못하고 있다.
질 오브리, <대서양의 해조들>,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1분 43초.
생물학자 유네스 분디르와 함께 촬영한 작가 질 오브리 작품 <대서양의 해조들(Atlantic Ragagar)>는 모로코 대서양 연안의 해조류와 오염에 관한 실험 영화이다. 물이 맑은 시디 부지드 해변에는 수십 종의 해초가 서식하고 있다. 이보다 더 남쪽의 사피에서는 인산염 공장으로 인한 오염으로 해양 생물 다양성이 재해를 입고 있다. 이 영화는 해안 생물에 귀를 기울이고 관객을 생태적 변화의 과정으로 초대하는 시도이다. 오염은 풍경 속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더라도, 이마네 주바이가 연기하는 주인공의 목소리와 몸짓을 통해 독성의 영향을 표현한다.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고, 노래하고, 숨을 쉬고, 조용히 조류와 교감하는 동안 새로운 대상 ‘마오우즈’가 순차적으로 등장하는데, 생물의 신체적인 경계를 초월하고 종을 넘나드는 열린 사고가 가능한 수역을 가리킨다.
칼립소 36°21 & 데리야 아카이낙, <무제>, 2021, 단채널 비디오, 텍스트, 사운드, 9분 4초. 2023바다미술제 지원작.
사운드 작품 <무제>(칼립소 36°21 이 지은 제목)는 해양학자 데리야 아카이낙이 자신이 발견한 과학적 알고리즘 '시스루(Sea-Thru)'를 많은 관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데리야는 '객관적'이고 있는 그대로의 과학적 방식으로 '시스루’를 묘사하고 설명하는 대신, 어머니의 죽음, 자신과 바다의 관계,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바다를 위한 큰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데리야는 여성 해양 과학자 인터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토론 이후, 2021년 이 작품을 쥐스틴 다캉에게 선물했다. 이들은 모두 직관과 감성으로 자신의 분야에 접근하며, 이러한 방식으로 과학을 실천함으로써 중요한 발견을 하고 바다를 치유하고 돌보는 데 도움을 주었다.
제인 진 카이센은 1980년에 제주도에서 태어나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거주하는 시각예술가이자 필름메이커이며,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의 미디어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카이센의 작업은 비디오 설치, 내러티브 실험 영화, 사진 설치, 퍼포먼스,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광범위한 학제간 연구와 다양한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다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와 협업을 통해 초국적 입양, 한국전쟁과 분단, 제주 4.3 사건, 냉전 유산 등의 주제를 다뤄왔다. 또한 자연과 섬이라는 공간, 우주론, 신화의 페미니즘적 재구성, 의식적이고 영적인 관행에 참여하기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표현과 저항, 인식의 수단을 협상하고 중재하여 대안적인 계보와 공동체적 출현의 장소들을 그려낸다.
카이센은 뉴 칼스버그 재단 아티스트 그랜트(2023년)와 덴마크 예술재단의 3년 작업 지원금(2022년)을 받았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김현진이 기획한 <역사는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전시에 남화연, 정은영 작가와 함께 참여하여 영상 설치 작품 <이별의 공동체>(2019)로 한국을 대표해 전시를 선보였다. 쿤스트할 샤를로텐부르크에서 가진 <이별의 공동체> 전시가 덴마크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의 ‘2020 올해의 전시’로 선정되었다. 리버풀, 광주, 안렌, 제주 등지에서 열린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최근 이미지 센터에서 (2023), 르 비콜로레에서 (2023), 포토그라피스크 센터에서 (2023), 디트로이트 현대미술관에서 (2021)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테이트 모던에서 (2023), 하우스 데어 쿨투렌 데어 벨트 (HKW)에서 (2022)를 상영하는 등 작품 상영회를 열었다.
코펜하겐 대학교 예술문화학과에서 예술 연구로 박사 학위를,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에서 학제간 스튜디오 아트로 미술석사 학위를, 덴마크 왕립미술아카데미에서 미술 이론 및 미디어 아트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휘트니 미술관 독립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질 오브리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스위스 예술가이자 음악가, 연구자이다. 그의 작품은 소리와 듣기를 구체화된 기술적, 생태학적 실천으로 탐구한다. 그의 설치, 영화, 퍼포먼스, 라디오 연극은 예술 기관, 영화제, 음악 공연장에서 국제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최근 프로젝트로는 도큐멘타14의 의뢰로 로버트 밀리스와 인도 단체 트래블링 아카이브가 함께 작업한 사운드 작품 <축음기 효과>(2017, 카셀과 아테네), 나탈리 음바 비코로와 함께 튠드 시티스 페스티벌 에서 공연한 <검은 안테나>(2018, 고대 메세네), 1960년의 지진에 관하여 아가디르에서 촬영한 필름 에세이 <살람 고질라>(2019, FID 마르세유), 취리히의 OTO 사운드 뮤지엄이 의뢰한 VACUT (Voices Against Corruption and Ugly Trading) 그룹의 사운드 설치 작품 <더 휘슬>(2022) 등이 있다.
데리야 아카이낙은 터키의 엔지니어이자 해양학자로 수중 영상과 비전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전문적, 기술적, 과학적인 다이빙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베링해에서 남극까지 현장 조사를 수행했다. 아카이낙은 수중 컴퓨터 비전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손실된 색상과 대비의 재구성을 해결하여 시스루 알고리즘을 개발한 공로로 2019 블라바트닉 젊은 과학자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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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자력 발전과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에 관해 더 나은 대중 참여와 투명하고 열린 토론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방사성 비둘기, 두 쌍의 쌍둥이, 대학살로 인해 잠잠하던 해변 마을에 대혼란이 일어난다. 새, 인간, 플루토늄을 비롯한 모든 것이 얽힌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그 무엇도 안전하지 않다.
출품작〈새〉는 세계에 대한 수동적 기록과 재구성을 넘어 창조와 구축에 집중하는 미학적 접근방식으로 환경 위협과 핵 불확실성이 큰 시대의 우리 일상과 핵의 관계를 의인화하여 현재 우리가 냉전 이후 핵 시대에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오늘날의 세계는 원자력 에너지와 그 위험, 계속되는 전쟁, 채굴 주의 및 폭력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무엇보다 우리는 후쿠시마 재해, 우크라이나 전쟁, 정치적 긴장과 갈등 이후 핵 시대가 건재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핵으로 인한 대학살의 위험이 훨씬 더 커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
1998년부터 2010년 사이 영국 쿰브리아 소재 대규모 핵 재처리 시설인 셀라필드 주변 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영상에서 배우들은 당시 미디어에 기록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영상은 해안과 원전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모든 형태의 생명이 얽힌 불안한 환경 속에 축적되고 소멸한다. 원전이 스며든 토지와 바다, 공기 환경은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뒤틀리고, 이러한 상황이 영상을 아우르는 주제이다. 영상에서 새는 멈출 수 없는, 변함없는 존재를 나타낸다.
새와 환경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사운드스케이프 사이로 배우들의 음성이 엮인다. 사운드스케이프는 멕 트래버스가 직접 만든, 전자 악기 트라우토니움의 21세기 버전인 독특한 악기로 제작됐다. 1920년대 독일 신디사이저인 트라우토니움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1963년 영화 〈새〉의 비음악적 사운드트랙 제작에 사용된 바 있으며, 멕 트래버스는 투라우토니움 곡을 작곡하고 연주할 수 있는 전 세계 오직 두 명의 연주자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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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온전해지는 방법〉은 포괄적 개념으로 눈물, 땀, 소변을 포함한 인체 분비물이 수생 유기체의 안녕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찰한다.
작가의 대표 작품 〈바다가 되는 법〉에서 작가는 작은 해양생태계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인간의 눈물을 모아 화학 성분을 분석하였다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출품작은 그 연장선상으로 일련의 질문을 던진다. 해양 생태계를 위한 가장 풍부한 영양분이 되려면 우리는 몸을 어떻게 돌봐야 할까? 인체에서 이런 영양분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 채취한 성분의 적합성은 어떻게 테스트할까? 이런 과정과, 인체와 해양을 연결 짓는 미학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지속해 온 작가의 연구는 기록과 실험 도구를 통해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전시된다. 작가의 인체에서 추출된 분비물의 화학 구성분 기록과 식단(자원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기록), 인체 분비물에서 영양분을 채취하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 스케치 연작(영양분 채취용 도구), 실험 맞춤으로 발명된 기구들이 선보여진다.
무엇보다 이번 출품작은 특별히 제작된 서너 개의 유리병이 설치의 중심이다. 연결된 이 유리병에 담긴 다양한 신체 분비물은 바닷물과 섞여, 선별된 수생 식물이 성장하고 발달하도록 영향을 준다. 작품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안녕과 생존이 밀접함을 시사하고, 우리는 분리된 개체가 아닌, 두 자연과 해양을 이루는 부분임을 상기시킨다.
해양 생태계에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준비를 할 수 있는가?
더보기 포레스트 커리큘럼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삼림지대 조미아의 자연문화를 통한 인류세 비평을 주로 연구합니다. 작품 유랑하는 베스티아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이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된 계급적이고 세습적인 폭력과 그에 따른 잔재들에 어떻게 대항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거대한 깃발들은 위태롭고도 불안하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깃발에는 벤조인이나 아편부터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비인간 존재들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각 깃발들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대표자로서 모두가 한데 결합되어 아상블라주 그 자체를 표상합니다. 또한 깃발들과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품은 방콕과 파주에서 채집된 고음역대의 풀벌레 소리, 인도네시아의 경주용 비둘기들의 소리, 지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패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위의 소리들을 찾아가는데 사용된 질문들과 조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