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는 바다와 우리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고,
해안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바다와 해양 환경에
관여하기 위한 대안적인 틀과 비전을 모색합니다.
바다는 우리의 삶과 자본주의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생존에 필수적인
원천일 뿐만 아니라 식량, 의약품, 에너지, 광물, 무역, 여행 등을 위해 이용하는
거대 산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규모 크루즈 관광, 해운, 남획부터 핵실험, 오염,
심해 채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바다에 해를 끼쳐 해양
생태계와 서식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는 해안에서 바라본 바다를 상품 이동에 쓰이는
분절되고 추상적인 표면으로 보는 대신 우리가 이 수역의 일부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바다 및 해양 생태와 맺는 새로운 관계를 탐색하고, 저항과 복원을
요청하는 차원에서 협력과 공동의 비전, 시너지 창출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레베카 모스의 예술적 실천은 부조리, 불안, 불안정의 개념들을 탐구하며 다양한 매체에 걸쳐 다채로운 형태를 취한다. 작가는 우리가 항상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우리에게 되레 작용한다는 점에서 슬랩스틱의 주고받는 관계성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슬랩스틱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인간의 제스처와 자연의 힘 사이의 상호작용을 선보이는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그 안에서 아이디어나 제스처가 허무, 혼돈 또는 위기의 지점까지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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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활동하는 시마 누스라트는 대도시의 분주한 에너지에서 창작을 위한 영감을 찾는다. 도시 본래 모습과 규칙이 강요된 도시 경관 사이의 상호 작용과 더불어 도시 생활에 깊은 매력을 느낀 작가는 인간과 주변 환경의 복잡한 관계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누스라트는 다채로운 배경을 가진 장인과 기술자가 참여하는 협업 방식을 채택하여 작업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하며, 문화적 의미와 장인 정신으로 겹겹이 채운다. 누스라트의 작품은 도시 환경의 근본적 본질과 그 안에서 진동하는 삶에 대해 질문하도록 관객을 촉구하며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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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필은 블루를 주된 조형 요소로 하여 일상적 소재를 비일상적, 초현실적 공간으로 전환한다. 작가의 블루는 단지 물질적 재료로서의 색만이 아니라, 모든 소재를 ‘청색화’하여 환영 공간이자 하나의 의미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작가의 설치 작업은 현장성에 대한 근원적 실험이자 도전이다. 이런 공간은 관람자뿐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낯선 순간을 체험하게 한다. 최근에는 시간을 따라 변해가는 식물의 형태에 관심 두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작업 중이다. 또한 올해는 한강 프로젝트와 내년에는 이치하라 호반 미술관 전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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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남은 부산을 기점으로 활동하며 국내 유수의 예술기관에서 8회의 개인전과 50여 회의 기획전에 참여해 왔다. 작가는 “평면에서 입체로” 회화의 단면적 경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묶을 수 있는 작품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2016년부터는 설치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연극 의상 및 공공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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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타 파도반은 토지 점유 관련 문제와 그로 인한 생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결과를 조명하는 소통을 시적인 방법으로 창조한다. 최근에는 생태계 파괴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으로, 작가는 2012년부터 아마존에서 삼림 벌채, 하천 오염, 수력발전소의 파괴적인 영향에 중점을 두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양한 AIR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2023년부터는 과학자들과 함께 타라 오션 유럽 탐사에 참여하여 해양 표면을 탐사하고 분석한다. 작가의 작품은 브라질과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갤러리와 기관, 미술관에서 전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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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전국 농가를 허물기 전까지 기와집과 초가집의 벽체와 천장 모두 볏짚과 갈대를 섞은 흙으로 지어졌고, 사람들은 오늘날 창문과 같은 얇은 창호지 사이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느 나라나, 도시, 마을에서든 전통 가옥은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짓는다. 그렇기에 한국 가옥의 재료는 흙, 나무, 돌, 볏짚이었다.
작가는 전통 한옥과 초가집에 관심을 가지고 빠르게 사라지는 흙집과 관련된 기록과 자료를 연구해 왔으며, 해초를 건축 자재로 만든 집이 부산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0년대 한국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간 수많은 난민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빠르게 임시 거처를 지어야 했다. 그랬기에 전쟁 중에 전통 흙집에 쓰였던 볏짚 대신, 바닷가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해초를 흙에 섞어 집을 지었다.
작가는 피난민들의 건축 기술과 특히 해초를 건축 자재로 사용하였던 구축 방법을 이해하고, 작업에 적용하기 위해 부산 영도를 포함한 바닷가 피난처 마을에서 발견된 해초 흙집을 연구하였다. 작가는 이제는 자취를 감췄지만 기발하고 창의적이었던, 소박한 혁신이었던 흙과 해초로 집 짓는 방법을 이번 바다미술제 출품작 〈바다로부터〉로 되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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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C는 다양한 지역과 자연의 장소들을 살펴보며 미묘한 뉘앙스가 담긴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특히 이번 바다미술제 사전워크숍을 통해 어린이들과 흙탕물이 이는 일광천 주변의 잊힌 장소들을 함께 탐색했다. 워크숍 결과와 영상은 본 전시에 출품되어 우리가 자연과 얼마나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찰하게 한다.
흙탕물은 흙과 물이 섞인 모호한 의미의 단어다. 작가들은 흐르는 깨끗한 물과 고여 있고 지저분한 진흙 간의 가변적 상태처럼, 변화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모호한’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한글과 다른 언어도 그렇듯, 흙탕물은 자주 그리고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표현에 사용된다. 비슷하게 흙탕물 싸움은 비유적으로 졸렬한 싸움을 뜻한다. ‘긍정’과 ‘부정’ 혹은 ‘물’과 ‘흙’ 간의 모호함은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매혹적이다. 혼돈의 임의성이 다양한 잠재성을 가진 듯 말이다.
일광 해수욕장 왼편으로 이천항과 만나는 일광천은 달음산 골짜기, 함백산 골짜기, 아홉산과 일광산 골짜기에서 뻗어 나온 열 개의 지류가 모여 바다로 흘러가는 곳이다. 밀물 때는 바닷물이 흙탕물과 갯벌이 있는 곳,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일광천으로 흘러 들어온다. 2001년 부산의 한 설문 기관 조사에 따르면, 총 395여 개의 개체가 일광천 부근에서 발견되었고, 기장에서 방생한 연어가 2005년에 일광천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수많은 종의 서식지이지만 2021년부터 진행된 일광이천생태공원 조성과 주변 산책로 사업으로 일광천의 생태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험실 C의 작업은 일광천에 다양한 어종, 일광천의 사백어를 비롯해 회유성 어류인 은어, 숭어, 농어, 복섬, 연어, 뱀장어와 그리고 멸종위기 조개류 2급에 해당하는 기수갈고둥까지 살고 있음을 증명한다.
일광천을 따라 걸어보면 강 유지 보수 작업이 여전히 진행되면서 바닷물과 강물이 맞닿는 부근과 갯벌 공간이 지속해서 변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관리와 통제 체계가 개입되기 시작하면서 바다로 자연스레 흘러들던 물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이를 통해 갯벌과 흙탕물 부근에 의존해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에게도 분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인간의 개입은 복원일까, 아니면 또 다른 파괴일까? 실험실 C는 이 지점에서 ‘흙탕물’이라는 개념을 통해 일광천의 현재에 관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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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에서 발견된 많은 양의 플라스틱에 새롭고 가치 있는 생명을 줄 수 있을까?
출품작 〈파도의 흔적〉은 아리 바유아지 작가의 〈바다를 엮다〉연작을 구성하는 새로운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섬유 미술 작품으로 탈바꿈시켜 왔다.
이번 작품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해안과 여러 해변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밧줄을 해체하여 만든 수천 가닥의 플라스틱 실과 부산 해안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이용하여 제작한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으로 일광해수욕장 옆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배치된다.
어망으로 사용하였던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밧줄이 종종 전 세계에 걸쳐 대량으로 해안선에 떠밀려 와 산호에 엉켜 있거나 바닷가 식물에 둘둘 말려있는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 밧줄 외에도, 우리는 매년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렇게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1,400만 톤의 플라스틱은 바다를 통해 이동한다. 결국 대부분은 우리의 해안선을 따라 흘러들어와 해수면에서 심해 퇴적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양 쓰레기의 80%를 차지하게 된다.
〈파도의 흔적〉을 통해 작가는 심각한 해양 오염과 같은 시급한 환경 및 사회 문제를 짚어보고, 해양 생태계 파괴, 해안선의 자연미 상실 등 그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려 한다. 지역사회, 장인과 협업하는 바유아지 작가는 해변에서 플라스틱 밧줄과 다양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하나하나 수집하고 세척 및 분리 후 얇은 플라스틱 실과 같은 사용 가능한 재료로 탈바꿈시켜 섬유로 직조하거나 <파도의 흔적>과 같은 작가의 설치 작품에 활용한다.
이러한 긴 과정은 협력, 돌봄, 다독임의 노력으로 오염되고 보잘것없는 사물에 새 생명을 부여하여 귀중한 예술적 재료로 탈바꿈시킨다. 환경에 대한 처참하고 부정적인 영향이 공동체의 협업과 노력의 결과로 장인정신을 기리는 ‘긍정적인’ 결과가 된다. 동시에 바유아지는 그의 인도네시아 문화와 직물 전통뿐만 아니라 발리 문화의 중심인 바다의 중요성, 철학, 영성과 의식의 역할에 경의를 표한다.
작품 사이를 걸으며 만나는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실은 해파리, 산호초와 같은 바다 생물의 모습과 바닷속에서 흔들리는 해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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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는 무엇을 느낄까? 우리가 해저를 착취하고 광물을 캐느라 바쁠 때 해양 생물체에 가해지는 생태계적 결과와 영향은 무엇일까? 우린 심해 채굴이 필요할까?
해저를 탐사하고 착취하려는 시도는 무한한 듯 보였던 해저 지평이 이제는 영토라는 공간으로 구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출품작 〈공동의 유산〉은 산업화와 영토 분쟁의 반향이 우리가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폭로하며 심해 희토류 채굴을 향한 움직임에 즉각 대응한다.
탐사와 착취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우리가 가지는 환상을 조명하며 이 작품은 낭만적으로 묘사된 해저 탐사의 단계들이 실은 지정학적 영토 점령과 광물 자원 채굴이 얽혀 정복의 경계선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1967년, UN 주재 몰타 대사 아르비드 파르도는 10년 후 국제 콘퍼런스와 논의를 거쳐 해양법협약을 내놓은 인류 공동 유산 원칙의 시초가 된 연설을 발표했다. 그는 더 이상의 해양 오염을 막아 해양 자원을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할 국제 규정을 발의하며 해저가 인류 공동 유산의 한 부분을 형성함을 제의하였다. 영상 도입부에서 공상과학 소설가 귀네스 존스가 낭독하는 이 연설문은 우리를 도발케 한다.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 주제는 광활하고 장엄한 지형의 통치와 영토 분계를 두고 분쟁과 모순, 갈등을 드러내는 기자 회견과 인터뷰 연설을 포함해 심해 탐사 기록 영상과 조화를 이루는 구성으로 우리의 현 상태와, 어떻게 미지의 경계로 나아가야 할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공동의 유산〉은 저우드 자선 재단, 셰필드 대학교, 오픈 유니버시티, 그랜섬 서스테이너블 퓨처 앤드 애쉬든 트러스트가 자금을 지원하는 ‘문화와 기후 변화: 미래 시나리오’ 레지던시 기간 동안 구상되었으며 저우드 자선 재단의 자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다.
크레딧
제작: 엘레나 힐
편집: 서지오 베가 보레고
사운드 & 음악: 니콜라스 베커, 루씨 레일톤, 스테판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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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가닥의 흰 실이 이천교 옆, 이제는 버려진 예배당 옛 일광교회 건물을 가로지른다. 감리교 기도처로 시작하여 한 때는 선교 학교로, 다시금 기도처로 사용되었던 이 건물은 수많은 삶을 품어 왔고 다양한 공동체,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빈 건물은 장소 경험형 설치 작품 〈바다에서의 달콤한 허우적거림〉을 통해 또 다른 시간으로 탈바꿈한다. 교회 광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실들은 빈 공간을 따라 건물 반대쪽 벽에 있는 두 개의 창문에서 야외 옥상까지 뻗어 나간다. 작가는 이러한 복합적이면서도 섬세하고 만질 수 있는 빛 구조물로 다양한 층위의 내러티브를 쌓아 공간을 해석하였다.
하루 해오름이 일어 어스름이 질 무렵까지 그 찰나를 반영하며, 건물에 내재된 구조물은 하루를 관통하는 자연광과 함께 변화한다.
시각에 대한 은유로서 빛의 개념을 다루는 이 작품은 여정과 여행, 성찰, 꿈,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무한나드 쇼노 작품의 특징이기도 한 수평으로 뻗은 하얀 실들은 한 지점에서 뻗어 나가 창문을 끌어안기까지 손으로 그려낸 선들처럼 증식하는 듯하다.
관람객은 바다를 향해 의도적으로 뻗어가는 이 작품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감각의 얇은 가닥인 이 실들은 작품의 영역을 물리적인 차원에서 경험적 차원으로 확장하며 우리의 상상을 자극한다.
더보기 포레스트 커리큘럼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삼림지대 조미아의 자연문화를 통한 인류세 비평을 주로 연구합니다. 작품 유랑하는 베스티아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이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된 계급적이고 세습적인 폭력과 그에 따른 잔재들에 어떻게 대항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거대한 깃발들은 위태롭고도 불안하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깃발에는 벤조인이나 아편부터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비인간 존재들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각 깃발들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대표자로서 모두가 한데 결합되어 아상블라주 그 자체를 표상합니다. 또한 깃발들과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품은 방콕과 파주에서 채집된 고음역대의 풀벌레 소리, 인도네시아의 경주용 비둘기들의 소리, 지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패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위의 소리들을 찾아가는데 사용된 질문들과 조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